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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여자, 독립을 시작하다 1

자취 일상

by 자취워니 2021. 9. 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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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 후반 여자이고 집에서 직장까지 대중교통으로 40분정도 걸리는 적당한 거리에 살고 있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지만 어쩌다보니 진짜로) 나오게 되었는데 현재 직장에서 1분 30초 거리에 살고 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했고 아파트 외의 주거 환경은 완전 다른 세상 이야기인줄 알고 살아왔다.

가끔 부모님이나 형제와 다투고 열받을때마다 다방을 열고 독립할거라며 방을 구경해보곤 했는데

만약 내가 자취를 한다면 깔끔하고 안전한 오피스텔에 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어렸을땐 부모님이 아파트 한채 해주지 않겠어?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나아진 것..)

또 한가지는 전세대출을 받아서 이자만 갚는게 훨씬 이득인데 왜 다들 월세를 사는거야? 라는 생각이 있었다.

정말 나가려고 결심을 하고 마음에 드는 오피스텔을 봐두고 카카오뱅크 전세대출을 알아보니

100% 혹은 90% 나오는 것이 아니고 80%가 나와서 20%는 내가 충당을 해야하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통장과 주식 등등 다 쓸어모아도 20%가 안되다니 ㅋㅋㅋㅋ 충격이다.

그렇다고 내 의지로 굳이 안나가도 되는데 나가는 처지에 부모님께 손벌리긴 싫었다.

 

아무튼 이래서 월세를 사는구나 깨닫고 월세만 모아서 구경을 하다가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 방이 남아서 월세를 주고 사람을 구하는 집도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는 집에서만 분리가 되었으면 싶었어서 집 근처 아파트를 알아보았고 근처 부동산에 전화를 쫙 돌렸다.

그리고 한 집을 가게 되었는데 우리집에서 걸어서 5분거리였다. 가보니 집도 크고 방도 넓고 뷰가 좋았다.

대신 이런 집은 보통 주방을 거의 못쓰게 하고 세탁기도 사용을 좀 꺼려하고 정말 잠만 잘 사람을 원했다. 

아, 가격은 보증금은 다 다른데 100정도? 더 적을 수도 있고 월세는 30~35정도 였다. 

환경은 좋은데 요리도 불가, 세탁기도 사용하기 꺼려하시면 어떻게 사나 싶어서 그냥 원룸을 구해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오피스텔은 월세도 비싸고 관리비도 비싸서 패스했다 ㅠㅠ)

 

당시 집 구할 때 내 기준은

1. 보증금 최대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 정도, 관리비 5만원

2. 평수는 8평 이상

3. 치안-대로변과 가까울 것, 2층 이상

집을 처음 구해보는거라 뭘 기준을 둬야할지 몰랐고 금전적인 부분과 평수 같은것만 보게 되었다.

그리고 2곳이 마음에 확 들었다. 

 

첫번째 집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15분이었는데 원룸이고 7평정도 되는 것 같았다.

월세는 1000에 50, 관리비 5만원이라 예산 초과였는데 대로변이라 안전하고 원룸치고는 넓은 느낌이었다.

또 집과 가까워서 짐 옮기기 수월하고 반찬같은것 가져오기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베란다가 없고 세탁기가 있는 어두침침하나 다용도실이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두번째 집은 직장에서 일분거리인 곳이다. 1.5룸에 10평 그리고 베란다도 있다.

월세는 1000에 45, 관리비 5만원인데 다방에 실수로 40에 올려서 그냥 40에 해주신다고 했다.

직장과 가까워서 교통비가 안들고 집이 넓은데 침실이 따로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대신 엘레베이터 없는 5층이라 힘들고 증축한거라 천장이 많이 낮았다. 

 

나의 마음은 두번째 집으로 많이 기운 상태였지만 다른 곳도 더 봐야할 것 같아서 비슷한 조건에 다른 집들도 몇군데 봤는데 너무 좁고 상태가 영 별로였다. 그러던 중 1번 집은 이미 나갔는지 다방에서 사라졌고 2번 집에서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고 굳히기로 한번 더 구경을 갔다. 그리고 보증금을 더 싸게 못할까 싶어서 한번 던졌는데 보증금을 500으로 깎아주셨다. 횡재다. 이제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미루고 있다가 이 집도 다른 사람이 채가면 어쩌나 조급한 마음에 어느날 갑자기 마음의 준비도 없던 날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유튜브로 월세 계약 주의할 점, 확정일자, 등기부등본 등등 확인 잘 하라는 영상을 복습하고 복습해서 갔는데 막상 해보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네네 하다가 왔다. 부동산 사장님 말로는 보증금 500은 사기쳐도 돈이 안되고 사기 당해도 금액이 적어서 손해배상(?)을 우선순위로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이제 허락(이라하고 통보라 한다)만 받으면 되는데 부모님은 나의 독립을 완강히 반대해오셨고 아빠의 경우 나가면 다신 못들어 올 줄 알라고 엄포를 해놓은 상태였다. 

하... 이미 계약을 저질렀으니 덜 무서운 엄마한테 먼저 말을 했다. 엄마는 체념하고 아빠한테도 말을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쭈뼛쭈뼛 아빠 옆에 서서 "아빠 나 계약했다...." 하니 의외로 별말없이 어디로 했느냐고 물으셨다. 아빠도 내가 계속 나갈거라고 언지를 주었었고 그래 나이도 있고(또 내가 평소에 한다면 실행을 하는 성격이다) 더 말릴 수가 있겠나 싶으셨나보다. 

 

이렇게 2n년을 공주처럼(공주대접은 안받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오다가 덜컥 독립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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